대학때부터 일본에서 생활하고 싶어해 어학학원도 열심히 수강하고 복수전공도 하면서 일본어를 열심히 배우던 나영이가 드디어 회사 출장으로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비자도 3개월짜리 관광비자이고 일단은 한달 예정으로 가지만 회사일이 어떻게 될지는 장차 가서 일해봐야 알 수 있다고 한다. 한번도 집을 떠나 혼자 생활해 본 적 없는 동생인지라 보내는 가족의 입장으로선 한달만 일하고 얼른 다시 돌아왔으면 하지만, 내 동생 심정은 한달 지내보고 괜찮으면 꾹 눌러 앉고 싶을지도. 일본이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살고 싶다고 그토록 노래를 불렀으니.





준비물들은 전날 쇼핑하면서 대부분 마련했지만 나중에 엄마 얘기를 들어보니 생각만큼 챙겨주지 못해 많이 염려스러우신 모양이다. 엄만 공인중개사 추가 시험이 하필 나영이 출국하는 날인 22일이라 준비도 같이 못해주고 공항에도 같이 다녀오지 못하셔서 더 걱정이 되셨을거다.

나도 혼자 일본에서 생활해야하는 동생이 내심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일찍 데리러 가기 위해선 잠을 좀 자둬야 하는데, 게다가 집에 얌전히 있다가 오래간만에 격하게(!) 쇼핑을 한 후라 몸이 피곤한데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옆자리에서 계속 부산스럽게 뒤척였으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건 남편도 마찬가지이리라. 나야 뭐 일찍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일찍 친정에 가려고 부지런을 떨었지만 남편은 깨우고 깨워서 겨우 일어났으니.







(공항에 도착해 신혼여행커플 컨셉으로)

BR>여태 인천공항에 세 번 밖에 가본 적 없지만 이상하게 갈때마다 비가 내렸다. 유진이 결혼식날에도, 내 결혼식날에도, 나영이 출국날에도. 대체 왜?! 맑은 날 영종대교가 더 멋질테고 비구름이 없어야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모두 걱정이 덜 될텐데 어째서일까. 사실 비가 내리든 내리지 않든 비행기는 제대로 뜰테고 비구름 위쪽의 하늘을 맑을텐데 이상하게 보내는 사람으로선 걱정이 된다.





나영이의 파란닷컴 메일함에서 다운로드한 사진 정리하다가 펜탁스의 색감에 놀라버린 사진. 리사이즈 후 커브만 조금 만져봤는데 부드럽게 변하는 색감이라니. 니콘 카메라와 너무 다르더라. 니콘이 쨍하고 날카로운 색감이라면 펜탁스는 뭉글뭉글 부드러운 색감쯤 되려나. 가뜩이나 요즘 구형 수동기종인 pentax mx에 엄청 필 꽂혀서 지름신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직접 부드러운 색감을 접하고 나니 지름신이 내 앞으로 한걸음 더 가깝게 와 버리셨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기나긴 쇼핑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물론 남편도 마찬가지. 21일 급하게 일본체류기간동안 필요할 물건들을 구입하느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뉴코아 건물 내에 있었는데 그 기나긴 시간을 잘 참고 견뎌내 주더라. 고마우이. 너무 애썼어. 덕분에 나영이와 내가 너무 편했어.





공항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할일들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건만 이상하게 도착한 후에 마음이 급해져서 걸음도 빨라지더라. 열심히 척척척 걸어가는 모습이 어느 틈에 찍혀있던데 아마도 남편이 장난기 발동해서 찍은 사진이겠지. 공항에 도착하거든 해야 할 일들은 탑 항공으로부터 비행기표 수령하고 보딩체크하고 짐 체크해서 실어놓고 출국카드 작성하고 핸드폰 로밍하는 것.





그리도 좋아? 난 속으로 무지 걱정되던데.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일본에 혼자 보내는 심정이라니.











핸드폰 로밍을 신청하러 갔는데 한국에서 일본의 나영이에게 전화하는 건 예전과 변함없이 이동전화번호만 누르면 되는 형태이지만 전화를 받는 나영이가 국제전화통화료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엄청 비싼 서비스더라. 그래도 일단 도착하고 나면 공중전화나 회사의 전화 외에는 달리 통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일단 한달을 신청해서 갔는데 아마 나와는 달리 짠순이인 나영이는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일 거의 없을게 뻔하다. 신혼여행 다녀올때 구입했던 국제전화카드인지 뭔지 2만원어치 사뒀던걸 나영이에게 줬는데 그게 일본 공중전화에서 잘 사용되기를 바래야지.





뭘 하는 장면이더라. 출국카드와 일본 입국카드를 작성하는 모습인가.











수하물체크랑 로밍서비스 신청 완료 후 시간이 조금 남아서 스무디 킹에서 군것질을 조금 했다. 배고프다며 자꾸 먹을 곳을 찾는 남편에게 고지식한 나는 일단 들어가서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시간없다고 난리치다가 혼자 들어가서 멀뚱멀뚱 앉아 할일 없이 있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우리와 같이 있다가 들어가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서 금새 양보했다. 이런 쪽으론 남편의 뇌가 더 유연하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나영이의 일본 로밍 핸드폰. 모양새가 아무래도 나 핸드폰 구입하던 그 시절의 핸드폰인 것 같다. 2003년 말이나 2004년 초 쯤. 폰이 좀 후지다고 투덜대던 나영이와는 달리 그래도 로밍서비스라도 되는 나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내 속마음.

연락 수단에 대한 걱정은 엄마도 크셨는지 배웅 후에 집에 들렀더니 MSN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간단하게 설명해드렸지만 사실 컴퓨터로 목소리도 듣지 못하는 상태로 대충 대화하는 것 보다 전화비 걱정 하지 않고 하루에 한 통화라도 집에 전화를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어떡해. 나 이젠 많이 아줌마화 되었나봐. 이런 식으로 걱정도 많이하고.





같이 군것질 좀 하다가 들여보내고선 공항을 떠나왔는데 애써 태연한 척 하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엔 이것저것 정말 걱정 많이 되더라. 알려주지 않은 것도 너무 많은 것 같고 챙겨주지 못한 것도 너무 많은 것 같고. 이미 어른인 동생을 아직도 어리다고 여기고 있는 나도 정말 웃기지만 어떡해. 너무 걱정 되는 걸.





탑승 장소로 들어간 후 30번 게이트 앞에서 타고 갈 JAL 비행기를 찍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걱정도 했었다. 창가 자리이지만 날개 쪽이라 시야가 많이 가리면 어쩌지. 출구 쪽 자리는 정신 사나울 것 같아서 내 마음대로 날개 쪽으로 정하라고 했는데 자리가 괜찮으려나 했던 걱정. 아아 정말 별게 다 걱정이야.





나영이 보내놓고 계속 시계만 쳐다봤더랬다. 지금쯤은 뭐 하겠구나. 지금쯤은 어떻겠구나. 하면서.

나영인 혼자 비행기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지상엔 비가 내렸지만 비구름 위쪽은 역시나 맑았던 모양이다.





어릴적 부터 언니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조건 잘 했던 나영이가 역시나 이번에도 시킨 일을 잘 수행했다!! 기내식 나오면 어떤게 나왔는지 사진으로 찍어두랬는데 성실히 찍었네. ^^





신혼여행때 이용해봤던 타이항공의 기내식보다 나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먹어봐야 알겠지만 어쩐지 사진만으론 JAL쪽이 내 취향에 더 맞아 보인다.









나영이 보내놓고 공인 중개사 시험을 치루신 엄마 얼굴도 잠깐 보고 오고 명동에서 짤막하게 데이트도 즐긴 후 집에 들어와 긴장이 풀렸는지 온 몸의 근육이 마구 쑤셔대더라. 씻지도 않은 상태에서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는데 꿈 속에서 나영이가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후 수하물로 실은 짐가방을 찾지 못해 혼자 우왕좌왕하는 꿈을 꿨다. 아마도 '내려서 입국 심사한 후에 가방을 꼭 찾아라.' 이 말을 빼먹고 하지 않아서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나영인 아마도 혼자 알아서 척척 잘 해냈겠지. 정말이지 걱정도 팔자야.



2005/05/23 17:40 2005/05/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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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요리 2005/05/24 02: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무 일 없이 잘 빠져 나와서 짐도 잘 찾구 금방 나왔답니다. ^ㅁ^ <br />
    거기다가 지하철도 남자친구가 마중 나와서 한개도 안헤맸지..<br />
    그 무거운 짐 들 일도 없었구...ㅋ <br />
    저녁때는 밥도 얻어먹었어. (아주 신났구만~)<br />
    <br />
    지금 방에 컴도 있구 테레비젼도 있구<br />
    (근데 일본 테레비 재미 없음인걸.... -_-)<br />
    조금 지저분한 건 그냥 견딜만 해. <br />
    <br />
    근데 이 방이 좀 큰 방이라서 작은 방으로 옮겨야 한대.<br />
    아마 며칠내로 옮기게 될거야. 좀 더 역에서 가까운 쪽으로.<br />
    그래서 짐도 안풀렀다는...ㅋㅋ<br />
    <br />
    어쨋든 너무 너무 잘지내고 있으니까 걱정마..^^<br />
    그토록 원하던 외국에 공짜로 와본 것만으로도 그게 어디야..<br />
    <br />
    여기저기 돌아댕기면서 사진이나 많이 찍어야지.<br />
    그럼 인제 자야겠다~~!!! 안늉안늉~~!!

  2. noodles 2005/05/24 11: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PSP 꼭 사다줘..푸히. 음. 울나라가 더 쌀려나.<br />
    일도 열심히하고 구경도 잘하고 몸건강히 잘 다녀오길바란다.

  3. nana 2005/05/25 17: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자매의 챙겨주는 모습이 부럽네요...<br />
    저는 여자 형제가 없어서 언니나 동생이 있는 사람들 보면 참 부럽더라구요...<br />
    동생분 일본에서 잘 지내시고 돌아오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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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물푸레나무 2005/05/27 09: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영이가 드디어 소원성취를 했구나! 항상 건강하고 몸조심하고 잘 댕겨온나... 미리 얘기라도 하지~ 갈때 용똔이라도 챙겨줄것을...이미 가부렸으니 할!수!없!따! ㅋㅋ 참..그리고 나리야 어머님 시험잘 치셨대? 이번시험은 또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반발이 있다고 하던데 좋은 결과 있으셨음 좋겠다...ㅎㅎㅎ

  5. ccanta 2005/05/27 11: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난 말이지 너무너무 걱정이되어서말야.<br />
    나욜, 언니들 셋이 쎄뚜로 걱정하고있으니 부디 조심조심하시길... ^_^<br />
    할가네 네 인생에 멋진 일의 시작이였음 좋겠따. ^^<br />
    그나저나 카메라 겁나 좋은듯... 비행기위에서 하늘사진찍은 색감은 예술이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