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스케줄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마트에, 산책에, 식당까지는 역시 갓 4개월된 아가에겐 무리였던 거다.


어제 아침에 일찍(오전 9시) 병원가서 예방주사 맞고 집에 와서 오후 6시까지 잘 자고 잘 놀다가 7시 무렵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7시에 머리가 뜨끈뜨끈해서 체온을 재보니 37.3도. 괜찮겠거니 하고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마친 후 다시 체온을 재어보니 그래도 37.3도.

여태 특별한 일 없이 열이 오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땐 이미 병원에 가도 진료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응급실에 가야하는 상황. 약간 당황한 상태로 간호사이신 이모께 전화로 물어봤다. 어떻게 해야하냐고. 원래 주사를 맞고 나면 면역력을 만드느라고 아가 몸에서 열이 나긴 한단다. 38도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너무 걱정말고 주사 맞은 부위를 제외하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아가 몸을 살살 닦아주라고 하셨다. 지시받은대로 얼른 시작해봤는데 열만 올랐을 뿐 잘 놀던 세하는 내 행동에 놀라버렸는지 엉엉 울고 난리도 아니었다.

친정 아빠가 모처럼 쉬는 날이라 세하를 보고 싶어하셔서 퇴근한 엄마와 함께 오셨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세하는 주사맞고 열이 올랐으니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사람들이 돌아가며 계속 안아주니 좋다고 웃기는 했지만 열이 올라 힘든지 약하게 끙끙대면서 안겨서 놀았다.

10시 무렵, 세하의 체온은 38.2도로 오르고 있었다. 때마침 이모도 경과가 궁금하셨는지 전화를 해주셨는데 38.5도 이상으로 열이 오르면 어린이용 시럽형 타이레놀을 용법에 맞춰 먹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1차 접종땐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아마도 세하에게 약하게 감기기운이 있던 것과 겹쳐서 열이 오르는 모양이라고 하셨다. 집에 타이레놀이 없다. 결국 그 늦은 시각에 남편이 열린 약국을 찾아 조금 멀리까지 나갔다 왔다.

정작 그제 저녁과 어제 아침에 콧물을 줄줄 흘린 건 나였는데 무리한 스케줄의 강행으로 세하가 몸이 약하게 아팠던 모양이다. 아가는 말을 아직 하지 못하니 엄마가 눈치코치로 알아챘어야 하는데 몰랐던 거다.

부모님이 일산 집으로 돌아가신 후, 오빠와 세하의 몸을 다시한번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주는데 요번엔 울지도 않고 시선을 제압하며 놀아주는 아빠를 바라보며 신나게 웃어주더라. 그때의 체온은 38도. 열이 오르는데도 약간 끙끙대고 조금 헐떡일 뿐 잘 논다. 덕분에 몸도 많이 닦아주었고 일시적으로 체온도 37.4도까지 내렸었다.

12시 무렵, 열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 같아서 아침 일찍 회사 동호회 사람들과 축구가 있다는 남편은 재우고 혼자 세하를 돌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잠 안자고 엄마 얼굴 쳐다보면서 잘 놀던 세하가 6시 이후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보채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체온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2시 무렵에 다시 38.2도까지 올라버렸다. 잠을 자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세하가 너무 안쓰러워서 견디지 못하고 결국 해열제를 1㎖ 먹였다. 여태 약을 먹어보지 않아서 그런지 (하기사 먹어본거라곤 오직 엄마 젖 뿐이니) 처음엔 먹은 약을 되뱉어냈지만 내 새끼 손가락에 찍어서 혓바닥 끝에 조금씩 묻혀주니 약하게 구역질을 하면서 먹긴 했다.

해열제를 먹인 후 열이 떨어질 걸 기대하면서 젖을 물려줬다. 여전히 머리엔 물수건을 대주면서.
약 먹은지 20분 후, 체온을 재보니 37.6도. 오- 조금씩 내려간다. 깊이 잠이든 3시 무렵엔 36.8도까지 내려갔다. 다행이다. 내내 잠들지 못하다가 잠도 푹 자고 열도 내려서 정말 다행이다.

해열제로 열을 내리는 것보다 스스로 이겨내고 조절해내는게 더 좋다고 하는데 점점 오르는 체온이 무서워 먹인게 잘못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아가는 생각보다 괜찮고 잘 견디고 있는데 경험 없는 초보엄마가 너무 호들갑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얼른 자러 가야겠다. 에구에구.
2006/05/16 04:15 2006/05/1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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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엉뚱이 2006/05/16 07:2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방송 종료 시간이 새벽 4시군요. 생방송 잘 봤습니다.^^
    아기용 시럽형 타이레놀이 부작용도 적다고 저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하나 구비해 놓아야겠습니다. 비상용으로요.

    • 세하맘(나리) 2006/05/16 14:23  address  modify / delete

      방송은 3시에 끝났어요. 아기가 곤히 잠든 후 저도 쉴 수 있었지요. 씻고 나와 블로그에 정리하고나니 한시간이 후딱 지나버리더라구요. +_+
      아침에 11시까지 푹 자고난 세하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신나게 놀다가 조금전 2시쯤부터 다시 또 잠들었어요.

  2. bluedrim 2006/05/16 09: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고생하셨네요...
    저희도 약은 하나 사둬야겠습니다..

    • 세하맘(나리) 2006/05/16 14:23  address  modify / delete

      간호사인 이모께서도 타이레놀이 제일 부작용이 적으니 그걸로 먹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또 제가 아스피린에 무척 약하기 때문에 아기도 그럴지도 모르는 거구요.
      아가 해열제로 타이레놀 준비해두는거 강추입니다. ;_; b

  3. 레소 2006/05/16 18: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세하도 열이 났군요..예방접종하고 열이나는 아기도 더러 있나보더라구요. 그 중 하나가 우리둘째랍니다.ㅎㅎ
    항상 그렇진 않지만..저번에 3가지를 한번에 그것도 컨디션이 그저그럴때..맞췄더니..열이 조금 나더라구요.
    다행히 미열에 그쳤지만..그 후론 아로마로 맛사지 해준답니다.
    지금 시은이도 열이 많이 나서 해열제를 계속 먹곤 있는데 너무 많이 먹는듯 해서 걱정했더니, 의사가 아로마로 맛사지하고, 족욕을 해주라고 하더라구요. 지금 시은이 족욕시켜놓고 잠시..
    열내리게 하는 방법..또 어떤게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4. 재희맘 2006/05/17 23:1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세하가 열이 났었군요..
    아파도 너무 이뿌게 웃네요..^^
    울 재희도 어제 열이 났었네요..
    아침에 열이 나서 점점 오르더니 38.3도까지 올랐지요..
    소아과에 갔떠니 글쎄.. 중이염이라네요..ㅡㅡ;;
    이번에도 꽤 오래 약을 먹을듯해요..
    울 재희는 약을 어찌나 쪽쪽 대고 먹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