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ging by a moment

Hanging by a moment - http://www.flickr.com/photos/v1nz/326947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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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의 여자들은 임신하는 순간 자신의 삶도 끝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리엣은 임신을 하고 나면 지혜가 필요하다고, 뭔가 쉽지 않은 일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얼마 동안 그녀는 가정과 남편과 아이들이 보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치 그런 것들이 평범하지 않은 일이고, 인간의 경험을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가지고 나서는 그녀의 혈관 안에 매일 조금씩 납덩이가 쌓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장을 보지 않으면 집 안에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바나비가 태어난 지 일주일 만에 베네딕트가 다시 직장에 나가 버리고 자신이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리해야 할 집안일들이 너무 많아서, 베네딕트에게 부탁하느니 직접 처리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일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을 땐 그녀도 많이 놀랐고, 거의 분노를 느꼈다. 그녀가 알고 있던 정의에 따르면 그런 일상적 폭력의 흔적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고 가족들도 알아차려야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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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녀나 남편이나 돈이 절박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히려 솔리가 뭘 하든 그 대가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일단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마치 자신이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자유낙하하면서 예정된 위태로운 상황으로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때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네 번째 아이를 가진 지금은 누군가 자신에게 억지로 바람을 불어넣는 것 같은 느낌, 자신의 몸이 너무 비대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반면 남편에게는 가늘고 뾰족하고 단단한 남성성만 남는 것 같았다. 남편은 기계적으로 직장과 집 사이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나갔다 들어오고, 나갔다 들어오는 생활, 솔리의 전동 믹서처럼 같은 자리에서 회전하는 남편에 맞춰 그녀 자신은 거품처럼 점점 더 부풀어 갔다. 솔리는 자신을 멈추게 해 줄 한계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녀는 혈연관계에만 파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전에 자신과 세상 사이의 경계를 확인하고 싶었다. 남는 방이 그 경계를 세우기에 적당한 공간처럼 보였다. 그런 방을 떠나면서 지금의 생활이 시작되었다면, 지금 늪처럼 자신의 발을 묶고 있는 번잡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독립을 향해 나아가는 통로 역시 그 방이 될 것이다. 일단 그 방에 텔레비전을 놓고 나니, 금방 일주일에 80파운드씩 생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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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는 지금까지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그게 점점 더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마치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허물처럼 삶에 대한 애착도 점점 더 느슨해졌다. 비록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식물이 자라듯 삶도 다시 시작되었지만, 감정의 어떤 결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떤 특정한 경험이나 이야기는 마치 뜯긴 선물 포장지처럼 이젠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평소에는 자기의 인생이 원래 이렇게 될 거였다고 생각하는 솔리였고, 자신이 그렇게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아이들 덕분에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도 많았다. 그녀는 아이들의 사랑과 인정으로 가득 찬 자루 같았다. 밖에서 보면 미련해 보이지만 속은 그녀만 알고 있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묵직한 자루. 단지 가끔씩 옛날 일을 생각해 보려 해도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 때가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삶에서 연속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삶은 마치 도라의 러시아 인형 상자처럼 조각조각 그녀 주변에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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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 page
아이의 그네를 밀어 주는 엄마들은 볼이 빨갛게 상기된 채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들은 혼란스럽고 쓸쓸해 보였다. 마치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네와 시소들 틈에 선 자신들의 모습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뭔가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이들의 그네를 밀어주는 것이 마치 그들 자신은 빠져 버린 세상을 새로 세우는 것처럼 느껴졌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시소도 마치 그 세상을 더욱 단단히 다져 주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어떻게 될까? 그렇게 세상에서 쫓겨난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이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래에는 지금 빨갛고 파랗고, 노란 옷을 입은 채 뛰어노는 아이들을 위한 자리밖에 없을 텐데, 잘린 머리카락 같은 마른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뭉쳐 있었다. 놀이터 주변에는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개들이 들어올 수 없게 담장이 둘러져 있다. 동물들은 어떨까? 평생 달리고, 구르고, 냄새 맡고, 앞머리를 묶어 올린 채 잔디밭을 질주하는 그런 삶은 어떨까? 바람에 마른 나뭇잎이 날렸다. 아이들을 계속 바람을 가르며 그네를 탔다.


─ 214 page
이 학생들의 엄마들은 초상화에 쓰인 물감처럼 지난 세월 동안 이 아이들을 차곡차곡 채워 왔을 것이다. 그 엄마들이 이 아이들에게 색깔을 입히고, 형태를 잡아 주고, 지금 이 모습으로 빚어 냈다. 매번 붓질을 할 때마다 엄마들은 모두 스스로 예술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엄마들은 모두 예술가가 되어 이 여자 아이를, 자신의 딸을 창조해 간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그 엄마들은 모두 쉬지 않고 꾸준하게 딸아이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주고, 젖을 먹여 키우고, 조금씩 조금씩 물감으로 색을 더해 주었다. 지금 그 엄마들이 교문 밖에서 차에 시동을 켜 둔 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은 공허하게 비어 버린 엄마들이 자동차 거울을 보며 주름진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면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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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7 page
막 5시를 지난 시간이었다. 하늘은 멍든 것처럼 보라색과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고,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사라지기 직전의 마지막 빛이 모든 것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고, 운동장은 그대로 굳어 버린 듯 버티고 있었다. 오늘 저녁엔 래넘 부부랑 함께 그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었다. 베네딕트도 함께 갈 것이다. 분위기가 어떨까? 크리스틴을 떠올리고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너는 어떻게 지내니라고 물어볼까?
이상했다. 사실 그녀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이 학교, 이곳, 교외의 거리와 상점과 공원들, 그녀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 그런데 갑자기 어떤 가능성이 느껴졌다. 이런 금요일 오후들만 있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것에서 한 발짝 벗어나 주변을 살피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 그럴 때면 잠깐 아름다움이 보였다. 그때 그녀는 분노라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 분노의 장막을 찢어 버릴 수는 없을까? 그 장막을 이런저런 규칙이나 결혼이라는 막대를 조금만 비틀어 볼 수는 없을까? '이대로는 못 살겠어. 좀 바꿔 보자. 아주 조금만.'이라고 베네딕트에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건 그녀의 유일한 업적, 그녀가 만들어 낸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을까?
그런 말을 할 수 있으려면 그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원한다면 자신이 먼저 무언가를 내어 주어야 한다.


레이첼 커스크
2009/02/13 00:36 2009/02/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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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요리 2009/03/03 02:4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열심히 읽었는데
    좀 많이 슬프다..
    ㅠ_ㅠ

    • 세하맘(나리) 2009/03/09 02:46  address  modify / delete

      응.
      제목처럼 알링턴파크(공원이 아니야)라는 곳에 사는 몇몇 여인들의 하루동안의 이야기야. (한 여자는 하루가 아니라 긴 시절이야기지만 주로 비오던 날 하루)
      그 여인네들은 모두 자신의 지금 삶이 행복한지, 만족스러운지를 생각해봐. 그 여인네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왠지 내 이야기 같아서 내 삶도 투영해보게 되고.
      근데 내가 적은 글 부분들이 좀 슬픈 부분들이네. 나 이 책 읽을떄 약간 우울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