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 다큐채널 쪽이었던 것 같다. 아시아 맛 기행 같은 프로그램이었는데 각종 면 음식을 소개해주는 걸 보고
칼국수를 먹으러 가자는 소리를 오빠가 먼저 꺼내더라. 아싸. 이 기회 삼아 삼청동으로 나가서 데이트도 하고 와야지. 밤중에 인터넷 뒤지고 무지 들떴더랬다.
일요일 아침.
소풍가는 날인양, 일찍 눈도 떠지고 잔뜩 들떠 서둘러 샤워하고. 너무 일찍 일어났기에 벌써부터 고파진 배는 전날 쪄둔 고구마로 간단히 요기해주고. 룰루루-
그.랬.건.만!
내가 이렇게 들떠 있건만 오빤 세수도 안하고 대충 점퍼 하나 걸치고 나간댄다. 럴수럴수.

이럴수는 없는거야. ㅠ_ㅠ
"난 지하철 타고 가서 칼국수 먹고 삼청동길 구경도 다니고 그럴라고 했는데...."
(궁시렁 궁시렁)
"난 차타고 가서 칼국수만 대충 먹고 오려고 했지."
(만사 귀찮다는 표정)
흑흑.
찡찡거려서 겨우 옷 갈아입혔지만 세수는 불가능. =_=
그래도 그게 어디야.
아무튼, 인터넷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북촌 칼국수]를 소개받아 그곳에 가기로 했는데, 12시쯤 도착한 그 곳엔 벌써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더라. 아, 여기 이렇게 인기 좋은 곳인거야? 게다가 기다리는 동안 가족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배우 김미숙도 봤다. 난 의자에 앉아 눈높이에서 지나가는 루이비통 가방만 보고선 '와. 누군데 아기 가방을 루이비통으로 들고다니냐.' 하고 생각만 했는데 그 사람이 김미숙이더라. 덕분에 기다리면서 음식점에 대한 기대 천만배. 얼마나 맛나길래 김미숙도 일요일 아침부터 애들 끌고 나오는겨?
카메라를 들고 나갔지만, 먹느라고 칼국수 사진은 찍지 못했다.
배고픈 상태에서 들어갔고 너무너무 맛나서 카메라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먹는거다. 와구와구.
사골국물 칼국수라더니 국물 맛이 정말 일품.
내 입맛엔 약간 느끼하게 느껴지는 명동 교자보다 훨씬 맛나게 느껴지더라.
배부르게 먹고나니 사진도 찍지 못했고 아쉽게 그냥 집에 가야하나, 망설이는데 오빠가 선뜻 카페에 가잔다.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대충 생각해봐도 일년반정도는 카페에 앉아본 적이 없는 것 같으니.
[북촌 칼국수]보다 조금더 안쪽에 위치한
[진선북카페]에 들어가 앉았는데 일층에만 가봤지만 어째 책들이 너무 옛날 것들, 그것도 손이 가지 않을 만한 것들만 잔뜩 있더라. 원래 그런거야? 북카페는 처음인데 최신 인기 소설은 아니더라도 즐겁게 읽을 거리가 많을 줄 알았단 말이지. =_= 아님 혹시 재밌는 책들은 모조리 이층에 모셔져 있었나...
뭐 어찌되었건,
오빤 [한국의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사진책을 골라들었고, 난 사하라 특집이라는 2001년 쯤의 [GEO]를 골랐다.
처음엔 내가 더 재밌는 책을 골랐다고 좋아했건만 오빠 책이 더 좋은 것 같더라. 아는 곳이 소개되고 사진들도 멋지고, 우리나라 어느 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고.
책과 곁들인 헤이즐럿과 레몬차는 일품!
남들 다 밥먹는 시간에 찻집에 와서 그런지 조용한 것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너무나 오래간만에 찻집에 앉아있었다는게 기쁘고.
(고작 30분 정도였지만 약간이라도 데이트 기분을 내고 싶어하는 나를 위해 오빠가 희생했다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거지)
[북촌칼국수]집 근처에 주차해뒀던 차를 타러 돌아가는데 아니 우째 이래 추운겨. 한낮에도 기온이 13도일거라던 예보가 정확했나벼. 몸이 오들오들 떨리도록 춥더라구. 집구석에 쳐박혀 있다가 오래간만에 바람쐬러 나오니 더 춥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서도.
근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북촌 칼국수는 계속 줄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더라. 오후 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우리가 기다리던 때보다 더 줄이 길게. +_+
결론 ::
오빤 세수도 안하고 눈꼽만 떼고 잘 돌아다닌다.
난 그런 오빠의 팔짱을 끼고 잘 돌아다닌다.
[북촌칼국수]의 칼국수는 정말 일품! 냉면하면 [율촌냉면]이듯 이제부터 칼국수는 당연히 [북촌칼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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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06/12/05 08:53
축하드려요~ ^^ 예쁘게 사십셔...
2006/12/05 09:37
형부같은 사람이 어딨다구 -..-
좀 싸우지 말구 잘 지내봐봐
2006/12/05 18:30
축하드립니다~ ^^
꽃다발 정말 이쁘네요~ 찾아봐야겠군요... ㅋ
2006/12/05 21:16
추카드려욤~ 꽃이 고급스러보이네요.. 정말 비싸 보여욤..ㅋㅋ
2006/12/06 09:19
축하드려요...꽃도 정말 예뻐요...^^
2006/12/07 14:53
두번째 결혼기념일 축하해.
꽃다발 너무 이뿌다. 김빠진 사이다를 꽃병에 부어서 꽃을 꼿아두면 꽃이 더 오래간다드라.
오래도록 화병에 꼿아서 간직하길... ^^